‘광화문 영농일기’ 쓰며 버려진 물건으로 예술적 공간을 만들다

‘광화문 영농일기’ 쓰며 버려진 물건으로 예술적 공간을 만들다
어릴 때부터 뭔가 만들기를 좋아했던 원희연 건축가. 철이 들면서 인간의 본질을 잊게 만드는 것에 대한 남다른 생각을 갖게 된다. “사람은 자연이 만든 생명체잖아요. 그래서 우리는 자연과 가까울수록 몸과 마음이 행복해지는 거예요. 자연과 멀어지면 인간은 불행해져요. 도시에 모이는 사람들은 모두 소비하는 사람들뿐이죠.” 그래서일까? 그는 요즘 광화문에서 농사를 지으며 산다.
‘광화문 영농일기’를 쓴다는 그는 작은 텃밭에 닭 한 마리를 키우며 살고 있다. 닭 한 마리가 한 가족의 음식물쓰레기를 모두 소화하고 있어, 닭이야말로 최고의 동물이라고 치켜세운다. 음식물쓰레기를 먹고 난 닭은 알을 낳는데, 닭도 밝고 행복하게 해줘야 알도 잘 난다고. 또 닭이 만들어낸 계분은 가장 좋은 퇴비가 되고 텃밭의 채소들을 쑥쑥 자라게 한다. 죽으면 고기가 되어주지만, 원희연 건축가는 요즘 닭을 키우다 보니 닭고기까지 끊게 되었다고.
‘광화문 영농일기’ 쓰며 버려진 물건으로 예술적 공간을 만들다
한참을 자연과 인간, 건축과 환경 등에 대해 이야기하던 그는 건물도 패션처럼 자주 바뀌는 것이 못내 안타깝다. 환경 건축가로 잘 알려진 그는 오래 전부터 버려진 물건을 이용해 예술적 감성이 담긴 공간을 만들어 오고 있다. 폐목재와 리사이클재료를 활용해 삼차원의 친환경 공간을 구성하고, 그 공간 속에 몸담은 이들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져준다.
즉, 폐목재와 리사이클 자재도 충분히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만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술적 창조의 즐거움과 물질에 대한 욕망의 축소’가 우리의 미래를 열어주는 열쇠임을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뜻과 동일한 생각을 가진 이들과 주로 작업을 해왔다. 요즘은 이런 생각을 가진 이들도 서서히 늘어나 보람이다. 또 그는 자신이 건축했던 건물이 철거될 때 자신의 비용을 들여 가져오기도 한다. 그 가운데 일부는 현재 고양시 아람미술관에서 오는 7월 3일까지 열리는 `공존을 위한 균형 전’에서도 선을 보이고 있다.
“제가 사용하는 자재는 공장에서 찍어낸 것들이 아니라 자재 구하는 것도 힘들죠. 건자재 업체가 아닌 고물상을 찾아 다니기도 하고, 동대문시장 같은 데를 뒤지기도 해요. 그렇다고 그런 자재들이 비싸진 않아요. 단지, 전혀 예상치 않는 장소에서 자재를 구하다 보니, 품을 많이 팔아야 해요. 폐자재를 다른 용도로 만들려면 일일이 손으로 작업해야 해서 노동력도 많이 소모되죠.” 대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버려진 물건을 쓸만한 것으로 만들어 멋진 공간으로 만들어 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
사람들이 건물에 대해 조금도 기다려주지 않는 분위기가 야속하기만 하다는 원희연 건축가. “무조건 부수고 철거할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가공하고 활용할 것인가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비용도 비용이지만 건축물 폐자재의 부피가 엄청나거든요. 리모델링 하면 그 자재들은 순식간에 쓰레기가 돼요.” 아무리 정성을 들여 지어 놓아도 금방 없어지고, 새로운 건축물이나 인테리어가 들어서는 것이 못내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서 그는 수십 년, 수백 년이 지나도 건재한 건축물을 짓고 싶다. 그 속에서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느끼고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그것을 알아보는 사람들과는 현재 작업을 하고, 서서히 늘어나고 있지만 말이다.
글/임나경 자유기고가
‘광화문 영농일기’ 쓰며 버려진 물건으로 예술적 공간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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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자꾸자꾸살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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